상세보기

닫기

벼룩시장 독자글 상세보기

비하인드스토리 소고 hk****2019.06.10

1959년생 베이비부머다.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 아버지와의 불화가 단초였단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그로부터 철저히 술에 함몰되는 삶을 사셨다. 돈도 벌지 않고 자학의 홧술만 드셨기에 가뜩이나 쪼들리던 삶은 급기야 나를 소년가장으로까지 변모시켰다. 중학교는 문턱도 밟지 못한 채 역전에 나가 신문팔이와 구두닦이를 시작했다.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떼다 팔았으며, 나이가 더 들어서는 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을 했다. 배운 게 없었기에 그동안 경험한 직업과 직장 또한 ‘비정규직’과 ‘계약직’이란 변방만을 맴돌았다. 다행스레 8년 전부터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박봉인 까닭에 투잡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다. 아내까지 건강이 안 좋아서 치료비가 상당한 때문이었다. 작심하고 휴일이면 도서관을 출입하면서 만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그러한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자본을 무기로 시민기자로 뛰기 시작했다. 취재를 하고 글을 쓰면 고료를 주었기에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항상 책을 읽는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 덕분이었는지 아이들도 공부를 썩 잘했다. 와신상담 끝에 지난 5월엔 두 번째 저서를 출간했다. 경비원의 고된 야근을 하면서 써온 글이었는지라 출간 전부터 자신만만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전국의 서점마다 나의 저서가 쫙 깔렸다며 지인들의 인증샷이 속속 도착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싶었다. 아, 노력하면 되는구나...! 신바람이 난 건 비단 나뿐만 아니었다. 출판사의 사장님과 간부진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 째의 저서 역시 야근을 하면서 꾸준하게 써온 글의 집합이다. 그러므로 이는 나를 바꾼 좋은 습관의 연장인 셈이다. 무수리가 임금의 눈에 들 정도로 그렇게나 힘들었던 출판 계약이 또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나는 반드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전국을 무대로 초졸 출신 경비원에서 언론사 논설위원(객원의 신분이긴 하되)으로 삶의 혁명을 일군 비하인드스토리behind story)를 주제로 강의까지 할 태세(態勢)다.